영화 '너의 결혼식'은 아주 특별한 영화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스토리 자체는 뻔한 점도 있었다. 그런데도 영화를 본 뒤의 감흥은 좀 오래도록 남아서 신기한 영화 였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니 이유는 간단하다. 해피엔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흔한 재회, 기적, 끝내 이루어지고 마는 로맨스 대신, 서로의 인생에 "추억"으로만 남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 점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아프게 오래 남았다. 그리고 그래서 이번 글을 더 쓰고 싶어졌다. 이 영화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간직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 어쩌면 진실
영화를 보다 보면 계속 드는 생각이 있다. "이렇게까지 어긋날 수가 있을까?"라는 것. 우연과 승희, 둘은 분명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그 감정이 타이밍에 맞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 고등학생 때 처음 만났을 땐, 우연의 일방적인 감정이었다. 승희는 힘든 가정사 속에 자기 삶을 꾸려가기에 바빴다. 그런 승희를 따라 우연은 같은 대학에 진학했고, 그곳에서야 서로의 감정이 처음으로 엇비슷해진다. 드디어 시작인가 싶었지만, 승희는 또 다른 상황에 놓여 있었고, 우연은 늘 그녀의 그림자처럼 맴돌 뿐이었다. 이후에도 계속된 타이밍의 어긋남은 마치 우리 현실 속 사랑처럼 느껴졌다. 때로는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게 사랑이다. 사랑에는 타이밍이라는 변수, 상대방의 삶의 여정, 심지어 주변 환경까지 너무 많은 것들이 영향을 미친다. 영화 속에서 결국 승희는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 우연은 그 소식을 듣고도 달려가고, 결국 그녀의 웨딩홀 앞까지 서게 된다. 나는 그 장면에서 말할 수 없이 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끝내 이뤄지지 못한 사랑, 하지만 서로의 인생에 선명한 자국으로 남은 관계. 이 영화는 그런 아련한 감정들을 잘 건드린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쉽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현실 같고, 그래서 더 슬펐다.
애증이라는 말, 헌신과 부담 사이에서
영화 후반부에서 우연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게 된다. 승희를 위해 몸을 던졌고, 사고를 당하면서 본인의 미래를 놓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그는 승희에게 감정적으로 상처를 주게 되고, 잠시지만 그녀를 원망하게 된다. 그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내가 이 장면을 보고 유독 가슴 아팠던 건, 내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었다. 나는 부모님께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부모님은 언제나 나에게 헌신적이셨다. 본인의 청춘을 자식에게 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런데 나이가 드신 지금, 부모님도 자녀에게서 어느 정도는 돌려받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 것 같다. 물론 나도 그걸 모르지 않는다. 진심으로 보답하고 싶고, 언젠가는 꼭 그렇게 하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아직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마음에 부응하려니 부담스럽고 죄책감도 크다. 이런 상황이 영화 속 우연과 승희의 감정과 겹쳐진다. 우연은 승희를 위해 헌신했지만, 그 헌신이 결과적으로는 자기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어버렸고, 그 무게를 승희가 느끼게 된다. 그런 감정은 분명히 서로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괴롭게 만든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얽혀 있지만, 그 안에 원망과 죄책감이 스며드는 관계. 나는 그게 바로 애증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이 복잡한 감정을 아주 조용히, 그러나 깊게 보여준다. 그래서 더 와닿았다.
배우 보는 재미, 몰입감 200%
사실 이야기만 보면 이 영화는 익숙하다. 사랑이 어긋나는 이야기, 지나간 인연, 안타까운 결말. 그런데도 내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 가장 큰 이유는 배우들의 매력이었다. 박보영이라는 배우는 정말 인형 같다. 키도 작고,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 사랑스럽고, 장면마다 몰입감을 높여주는 분위기를 만든다. 마치 실제 첫사랑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반면 김영광은 너무나도 이상적인 남성 이미지 그 자체였다. 키 크고, 말랐는데 단단하고, 옷도 잘 어울리고, 웃는 장면에선 진짜 “이 사람 내 남자친구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특히 카페에서 혼자 앉아있을 때나, 승희를 바라보며 멍하니 웃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용이 식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런 배우들이 그 안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보는 재미가 충분하다. 나는 솔직히 배우들이 숨 쉬는 것만으로도 몰입이 가능했다. 그만큼 연기력도 좋았고, 캐릭터에 몰입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너의 결혼식’은 말 그대로, 누군가의 인생에서 ‘기억’으로만 남은 사랑을 말한다. 현실에서는 이런 사랑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고, 결국 엇갈린 길을 걸어가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남는 건 후회와 그리움, 그리고 짙은 감정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은 마음이 아리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랑이 있었기에 그 사람의 인생도, 내 인생도 더 풍부해졌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누군가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