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라랜드'는 꿈을 향한 도전과 사랑의 여정을 뮤지컬적 감성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수많은 청춘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하지만 2025년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은 영화와는 사뭇 다르다. 꿈을 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 라라랜드의 낭만은 때론 더 큰 좌절을 안긴다. 이 글에서는 라라랜드의 줄거리와 함께, 현실 청년 실업률 문제, 성공과 실패의 경계에서 우리가 마주한 냉정한 현실을 비교하며 바라보고자 한다.
라라랜드의 꿈, 현실 청년의 좌절
'라라랜드'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를 꿈꾸는 미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각자의 꿈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면서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나 결국, 각자의 꿈을 선택한 결과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고, 각자 꿈을 이룬 채 멀어진다. 관객은 그 아름다운 엔딩에 박수를 보냈지만, 많은 청춘들은 이 결말조차 멀게만 느껴진다. 2025년 현재,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청년(15~29세) 실업률은 약 8.3%로 집계되었으며, 특히 ‘생애 최초 취업조차 시도하지 못한’ 청년 무직 인구는 증가세다. 단순히 취업이 안 되는 것을 넘어서, 꿈을 꾸고 시도할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라라랜드에서는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하고, 결국엔 꿈을 이루는 서사가 펼쳐지지만, 현실에서는 한 번의 실패가 곧 경제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미아처럼 오디션을 수십 번 보면서 버틸 수 있는 기반은 대부분 청춘에게 없다. 영화 속 감정선을 따라가고 싶지만, 현재의 청년들은 하루하루 생존을 고민하며 ‘꿈’보다는 ‘현실’을 선택한다.
영화는 낭만, 현실은 구조적 불공정
라라랜드의 가장 큰 매력은 뮤지컬적 연출이다. 화려한 색감과 음악, 그리고 판타지적인 장면 전환은 관객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준다. 그러나 영화의 낭만성은 때로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에게는 ‘비현실적 판타지’로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를 보며 감정이 고조되다가도, 극장을 나서는 순간 느껴지는 차가운 현실은 간극을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특히 2025년 청년들이 처한 현실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기회의 불평등, 노동시장 진입 장벽, 고용 불안정 등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턴 경험이나 어학 점수, 스펙 경쟁이 기본이 된 채용 시스템은 미아처럼 연기에 몰두하고 싶은 청춘에게는 너무나도 큰 장벽이다. 라라랜드에서는 미아가 자신만의 연극을 열고 그 무대를 계기로 기회를 잡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자발적 시도조차도 금전적 여유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뮤지컬이라는 형식이 주는 해방감과 희망은 분명 라라랜드의 강점이다. 하지만 청년의 시선에서 보면, 그 희망조차도 기득권의 시선으로 가공된 판타지로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많은 청년들이 라라랜드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 이유다.
만약 주인공이 실패했다면: 현실적 대안은 무엇인가
라라랜드의 결말에서 세바스찬은 자신의 재즈 클럽을 운영하고, 미아는 유명 배우가 되어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세바스찬의 공연장을 찾는다. 둘은 눈빛을 나누고, 과거를 회상하는 상상 장면이 이어지며 영화는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하지만 만약 이들이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 세바스찬은 결국 빚더미에 앉았을 것이고, 미아는 반복된 오디션 탈락에 스스로를 부정하며 현실에 굴복했을지도 모른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떻게 하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을까?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장치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예술인 기본소득 제도, 청년 창작지원금, 실패 이후 재도전을 도와주는 사회안전망 등이 필요하다. 또한 심리적 지원도 중요하다. 수차례 좌절을 겪는 과정에서 정신적 지지 없이 개인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면, 꿈을 향한 도전은 결국 고통으로만 남는다. 영화에서처럼 감정적으로 아름다운 결말은 현실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제도와 정책, 사회 분위기가 바뀐다면, 라라랜드 같은 이야기들이 더 이상 허구가 아닌 ‘가능한 서사’로 바뀔 수 있다.
라라랜드는 꿈을 꾸는 청춘의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그려냈지만, 2025년의 현실은 냉혹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괴리를 통해 묻고, 바꿔가야 한다. 단지 영화 속 주인공의 성공을 부러워하기보다, 우리 삶 속에서도 그런 결말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사회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낭만을 현실로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청춘이 바라는 진짜 해피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