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감동의 여운이 한참 동안 마음에 남았다. 이유는 이 영화가 단순히 음악과 연기만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스타 아닌 어떤 누구라도 살아가면서 겪게 될 관계의 복잡함, 대스타의 내면, 그리고 성공과 자아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평소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고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길 좋아하는 성격인데,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다재다능하다는 측면에서 그런 나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었다. 그야말로 ‘스타 이즈 본’은 감상 그 자체만으로도 깊이 있는 자아 탐색의 시간을 준 작품이었다.
다재다능한 두 사람,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
‘스타 이즈 본’을 보면 두 배우의 재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평소 이것저것을 배우고 도전하길 좋아하는 편인데, 어느 순간에는 그런 나 자신이 지치기도 했었다. 왜냐면 깊이 들어가지는 못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내가 과연 뭘 잘하는 사람인지, 어떤 전문성을 가졌는지 애매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한 우물을 못 팔까?’라는 자책도 많이 했는데, 그러다 어느 날 ‘모든 것이 되는 법’이라는 책에서 ‘멀티포텐셜라이트’라는 개념을 접하고, 나 같은 사람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았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느꼈다. 진짜 다재다능하다는 건 어떤 모습인가. 브래들리 쿠퍼는 단순한 배우가 아니라 이 영화를 연출까지 해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잭슨 메인이라는 인물로 관객을 울리기도 했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감독으로서 전체 서사를 완성한 사람이다. 반대로 레이디 가가는 가수로서의 커리어는 물론, 이 작품에선 직접 음악 제작까지 주도하며 연기자로서도 완벽한 존재감을 보였다. 나는 이 둘을 보면서, 진짜 재능이란 경계를 넘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와 음악, 제작과 연출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넘나들며 본인의 역량을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세계가 알아주는 사람은 이런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동시에 약간의 부러움도 느꼈다. 다재다능함은 단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깊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그들의 사랑 방식 : 누군가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
이 영화를 보면서 내 머릿속엔 자연스럽게 과거 누군가가 떠올랐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다. 불혹의 나이쯤 되면 누구나 이 영화를 보며 한 번쯤은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단순한 연인이 아니라, 내 안의 반짝이는 별을 발견해주고, 그 별이 꺼지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주던 그런 존재 말이다. 나에겐 그런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내가 뭘 잘하는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를 누구보다도 빨리 알아봤고, 내가 미처 나를 믿지 못했을 때 나를 먼저 믿어주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내가 그 사람을 계속 지지하고 사랑하려면, 나도 언젠가는 그런 지지를 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한다는 걸. 그런데 그게 너무 어려웠다. 이 영화 속 ‘잭슨 메인’이라는 인물은 앨리라는 주인공의 재능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고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스스로가 그녀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사라진다. 그 선택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동시에 깊은 사랑의 표현이기도 했다. 사랑이란 그 자체만으로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면, 아무리 깊은 사랑도 어긋날 수 있다는 걸 영화는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러브스토리가 아닌, 서로 다른 두 존재가 만났을 때의 필연적인 불일치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스타가 사는 공간은 어떻게 다를까
제목처럼 ‘스타 이즈 본’은 누군가가 스타로 탄생하는 과정을 담고 있지만, 그 이상의 화려함도 함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셋트장이나 무대 뒤편, 스타의 집, 투어 버스 같은 것들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까지 만족시켜줬다.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앨리가 무대 위에서 점점 변해가는 과정, 그리고 무대 아래에서의 삶, 옷차림, 화장, 헤어스타일까지도 다 계획되고 조율된다는 걸 영화 속 디테일에서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연출들은 단순히 스토리 진행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스타란 이런 환경에서 살아간다’는 걸 체험하게 해준다. 사실 영화 속 공간들과 비교하면 내 방은 너무나도 소박해서,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들은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는구나’ 싶은 일종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부유하고 화려한 삶이란 어떤 모습인지, 그 삶은 어떤 디테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도 있었다. 실제 스타의 삶이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이 영화 속에서만큼은 ‘스타의 탄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답고 생생하게 그려졌다.
‘스타 이즈 본’은 예술의 형태로 감정과 삶을 말해주는 영화였다. 단순한 뮤직 드라마가 아니라, 사랑의 방식, 재능의 형태, 삶의 무게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특히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 안의 어떤 미묘한 감정들을 정리해주고, 나 같은 사람도 괜찮다고 속삭여주는 듯한 메시지 때문이다. 당신이 다양한 영역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혹은 누군가와 깊은 사랑을 나눈 적이 있다면, 이 영화를 꼭 보기를 추천한다. 당신의 감정과 아주 자연스럽게 닿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