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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 (성주신, 현대 가옥, 잊고 사는 것)

by dailybigblog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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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 ' 포토

‘신과 함께’는 화려한 CG와 감동적인 스토리로 큰 사랑을 받은 한국 판타지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지 저승 세계에 대한 상상만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던 전통신앙과 소시민의 삶을 따뜻하게 비추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40대 이상 세대에게는 어릴 적 시골집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떠오르게 하며, 가슴 한켠을 찡하게 만든다.

성주신의 등장, 사라진 기억을 깨우다

‘신과 함께 – 인과 연’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성주신의 등장이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판타지 설정이라기보다, 한국 고유의 민간 신앙을 다시 꺼내어 보여주는 시도다. 성주신은 전통 가옥에서 집안의 안녕과 평화를 지키는 신으로, 일반 대중에게는 잊힌 존재일 수 있다. 어릴 적 시골집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있다. 측간신은 화장실을 지키는 신, 터주신은 땅의 수호신, 용왕신은 부엌이나 우물의 수호신, 그리고 성주신은 집 전체를 관장하는 가장 중심적인 신이었다. 특히 성주신은 사랑채나 안방의 기둥 주변, 또는 장독대 근처에 자리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성주신한테 인사드려야 복이 와”라며 집을 나서거나 들어올 때마다 작은 예를 갖췄다. 영화 속 성주신은 강한 힘을 가진 존재라기보다는, 오래된 기억 속에서 조용히 우리를 지켜보던 존재처럼 등장한다. 이 지점이 영화가 전하는 정서적 울림이다. 40대 이상에게는 ‘그 시절 집’이 떠오르고, 그 집을 지키던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전통 가옥 속 신들, 현대 가옥엔 어떻게 남을 수 있을까?

현대 주거 공간에서는 전통신앙이 자리할 틈이 없다.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에는 마당도 없고 장독대도 없으며, ‘기둥’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성주신 같은 존재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전통신이 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그 의미를 다시 해석하고 받아들인다면, 현대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주신은 집을 지키는 존재라는 점에서 현대적으로는 ‘우리 집의 상징’이나 ‘집중의 공간’을 만드는 방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 현관 입구에 작은 장식장과 향을 놓고 가족 모두가 그 앞에서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측간신은 위생과 정결함을 상징했기에, 욕실에 작은 식물이나 문구를 붙여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방식으로 남길 수 있다. 터주신은 베란다나 집 안 구석의 ‘낮은 자리’를 의미할 수 있으며, 그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작은 쉼터로 만들어 신성함을 부여할 수 있다. 이처럼 전통신의 의미는 곧 ‘공간의 의식화’다.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니라, 우리 삶을 조율하고 정리하는 마음가짐으로서의 역할을 현대식으로 이어갈 수 있다.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 약자, 기억, 그리고 따뜻함

‘신과 함께’의 핵심은 화려한 지옥이나 재판 장면이 아니다. 오히려 진짜 감동은, 우리가 잊고 지내던 소시민들의 삶과 감정에서 나온다. 웹툰 원작에서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영화 속에서도 하정우가 연기한 강림이 만나는 망자들은 대부분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이다. 소방관, 군인, 배달 노동자, 어머니. 그들은 눈에 띄지 않게 세상을 살다 갔지만, 저승에서는 그들의 선택과 감정 하나하나가 조명된다. 이것이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다. 영웅이나 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판타지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따뜻하다. 사회적 약자와 무명인들이 세상에 남긴 흔적,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마음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40대 이상 세대는 어느새 부모가 되고, 자녀를 돌보며 세상을 살아가는 나이가 되었다. 이 시기에 이 영화를 보면, ‘그 시절 우리 부모님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눈물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바로 그 작은 감정과 존재들이 ‘신과 함께’를 통해 다시 살아난다.

‘신과 함께’는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전통신이라는 문화 자산,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성주신도, 소시민도 잊고 살지만, 그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질문을 받는다. “너는 지금 누구의 기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다시 삶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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