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진짜 어른'의 부재를 절실히 느끼는 시대입니다. 영화 《인턴》은 단순한 세대 화합 영화가 아니라, 혐오와 갈등으로 물든 시대에 진정한 어른의 역할과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주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틀딱, 태극기 부대 같은 혐오 언어가 일상화된 현실 속에서, 왜 우리는 ‘존경받는 노인’이 아닌 ‘조롱받는 노인’을 먼저 떠올리는지 되돌아보며, 이 영화를 통해 진짜 어른이 갖춰야 할 모습과 노년세대와 청년세대가 서로에게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틀딱' 혐오, 왜 생겨났는가?
오늘날 ‘틀딱(틀딱은 한국어 '틀니'의 '틀'과, '틀니'끼리 부딪치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딱'을 합성한 노인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꼰대'와 가까운 의미이다.)’, ‘꼰대( 부모, 노인, 기성세대, 선생님을 비하하는 은어)’, ‘태극기 부대’ 같은 표현은 더 이상 일부 커뮤니티나 비하 문화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SNS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며, 심지어 농담처럼 쓰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 언어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단순한 풍자나 비판을 넘어 ‘노인 전체’에 대한 혐오와 조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그 근간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일부 몰상식한 노인들의 언행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깁니다. 지하철 노약자석 자리 싸움, 공공장소에서의 고압적인 태도,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가치를 절대화하며 젊은 세대의 문화를 폄하하는 태도 등은 ‘어른’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입니다. 그로 인해 청년층은 “나이만 많지 존경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둘째, 사회 전반에서 노년층이 갖는 정치적 입장 차이 역시 갈등의 요인이 됩니다. 특히 특정 이념에 치우친 태도와 그것을 강요하는 모습은 젊은 세대의 반발을 불러오고, 그 반감은 혐오로 이어지기도 하죠.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혐오는 혐오를 낳고, 단절은 단절을 불러옵니다. 모든 노인이 몰상식하거나 극단적인 태도를 지닌 것도 아니며, 대부분의 노인은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이 관점에서 《인턴》의 주인공 ‘벤’은 특별합니다. 그는 나이든 인물이지만 전형적인 ‘틀딱’ 이미지와는 전혀 다릅니다.
영화 《인턴》이 보여주는 ‘진짜 어른’의 모습
《인턴》 속 벤(로버트 드 니로 분)은 70세가 넘은 인물로, 전직 기업 임원이었지만 아내를 떠나보낸 후 삶의 공허함을 느낍니다. 그는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사회와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택합니다. 이 영화는 그 시작이 단지 '도전 정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지닌 '어른됨'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줍니다.
벤은 회사 내에서 자신의 과거 경력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용히 관찰하고, 젊은 동료들을 존중하며, 자신이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에서 섬세하게 다가갑니다. 특히 CEO인 줄스(앤 해서웨이 분)에게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죠. 그는 조언을 강요하지 않고, 묻지도 않은 것을 나서서 말하지 않으며, 상대의 마음을 읽고 진심으로 다가갑니다.
그런 벤의 태도는 '진짜 어른'이란 단어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합니다. 그것은 단지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줄 아는 지혜, 세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자처하는 성숙함에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보기 드문 이런 인물이 영화에서조차 낯설게 느껴질 정도라면, 우리는 정말 어른을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는 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떻게 ‘어른’이 될 것인가
현실의 노인들이 모두 벤처럼 살아가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른’이란 타이틀을 스스로 취하려면, 먼저 자신이 어떤 태도로 세대와 사회를 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노인들은 자신이 젊었을 때 받았던 불합리와 차별을 이제 자신이 가해자가 되어 되풀이하고 있진 않은가요?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존경받으려 하지 말고,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 경청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젊은 세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노인을 하나의 이미지로 단정하고 혐오하는 태도는 결국 자기 부정으로 돌아옵니다. ‘노인’은 미래의 자신입니다. 지금 나의 태도가 미래의 나를 어떻게 대하게 될지를 스스로 묻고, ‘나는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세대는 다르지만, 우리는 결국 같은 인간입니다. 젊지 않았던 노인이 없고, 노인이 되지 않을 젊은이도 없습니다. 단절이 아닌 연결, 조롱이 아닌 존중의 태도만이 이 혼란한 시대에 어른됨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릅니다.
《인턴》은 단순히 훈훈한 감동을 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세대 간 불신과 혐오가 커져가는 이 시대에 '진짜 어른'이란 무엇인지를 묻는 메시지입니다. 벤이라는 인물은 노년의 삶이 존경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당사자입니다. 어른이 사라진 시대에 어른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맙시다. 지금부터라도, 존경받는 어른으로 살아갈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