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판타스틱은 기존 사회 시스템을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정상'이라 여겨온 삶의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자급자족, 대안교육, 가족애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소설 월든의 철학을 현실 속으로 끌어낸 듯한 생생함을 전한다. 하지만 그 삶의 지속 가능성, 사회 적응력,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결국 이 영화의 가장 본질적인 메시지를 품고 있다.
자연주의: 시스템을 벗어난 삶의 실험
캡틴 판타스틱의 주인공 벤은 아내와 함께 여섯 명의 자녀를 숲속에서 키우며 문명과 거리를 둔 삶을 살아간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사냥하고, 철학과 정치학을 공부하며, 자본주의의 소비 시스템에서 벗어난 채 자립적인 존재로 성장해간다. 이들은 체계적 교육이나 대중문화 없이도 깊은 사고력과 신체 능력을 갖춘 존재로 묘사된다. 이는 작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에서 그려진 자연주의적 자급자족 삶을 연상시킨다.
벤은 자녀들에게 진실한 세계관을 심어주기 위해 "No Lies"를 교육 철학으로 삼고, 미국의 현실적 문제들—자본주의, 교육 체계, 정치적 무지—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전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 하나의 실험적인 대안 공동체의 사례로 읽힌다. 그러나 벤의 방식이 완벽해 보이진 않는다. 아이들은 사회성과 감정 표현에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아내 레슬리의 정신질환 역시 이 체계 밖의 삶이 반드시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경고처럼 읽힌다. 아름답지만 불안정한, 자유롭지만 고립된 이들의 삶은, 시스템 밖의 삶이 현실 속에서 겪는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회적응: 가족과 친척의 충돌
영화 중반, 벤과 자녀들이 도시로 나가 아내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친척들과 마주하게 되면서 두 세계가 충돌한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벤의 동서와 장인은 이 가족을 '비정상적'이라 바라본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 상식적이지 않은 교육 방식, 자연 속에서의 생활 자체가 그들에게는 위험하고 불안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친척들이 오히려 더 이기적이고 냉소적이며 인간미가 떨어져 보인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자녀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두지 않거나, 사회 시스템에 의존하며 비판 없이 살아가는 모습이 오히려 비인간적으로 비춰진다.
이 대조는 영화의 묘미 중 하나다. 누가 더 ‘정상’인가? 시스템에 적응한 채 살아가는 다수의 삶이 정말 옳은가? 혹은, 시스템을 거부하고 진실을 좇는 소수의 삶이 더 진실한가?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지만, 관객 스스로 고민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벤 역시 그 질문에 대해 끝내 흔들린다. 자녀들이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자라난 것이 정말 옳았는지를 반문하게 된다.
죽음: 엄마의 선택과 삶의 유한성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바로 엄마 레슬리의 죽음이다. 정신질환으로 요양 중이던 그녀는 끝내 자살을 택한다. 그녀는 유언을 통해 화장을 원하고, 장례식 없이 자연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이러한 선택은 그녀 역시 벤과 같은 삶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죽음은 그 철학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커다란 물음표를 던진다.
벤은 자신의 방식이 레슬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에 빠지고, 아이들을 다시 자연으로 데려가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의 선택에 따라 도시에 정착하게 된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고, 식탁에서 규칙을 따르며, 보다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는 자연과 독립을 추구했던 부모의 철학이 현실의 무게 앞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아가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큰아들 보가 대학에 진학하며 가족의 방향성은 뚜렷하게 전환된다. 레슬리가 생전에 그의 진학을 돕고, 꿈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그녀는 자유로운 삶을 원했지만, 아이들의 미래 또한 포기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녀의 진심은 '세상을 거부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캡틴 판타스틱은 단순히 체제 밖의 삶을 미화하거나 사회를 전면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와 체제, 자연과 사회 사이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균형점을 찾아간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지금의 삶이 너무 정해진 틀에 갇혀 있다고 느낀다면, 이 영화를 꼭 한 번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