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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ISFJ인 해준, INFJ인 서래, 타이밍)

by dailybigblog 2025.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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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포토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감정의 결이 다른 로맨스 영화다. 흔히 말하는 ‘운명적인 사랑’과는 거리가 있고, 심지어 그 관계의 경계는 비윤리적이고 불안정하다. 수사관과 용의자라는 설정, 언어가 통하지 않는 대화, 명확하지 않은 감정선, 그리고 결국 서로를 파괴하는 방식의 결말. 이 모든 요소는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에게 정서적 불편함을 남긴다. 이번 리뷰에서는 그 불편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특히 주인공 해준과 서래의 성격을 MBTI 심리유형으로 분석하면서 그들의 감정 구조를 깊이 들여다본다.

해준은 왜 서래를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 ISFJ의 위태로운 감정선

해준은 겉보기엔 매우 이상적인 사람이다. 깔끔한 생활 습관, 윤리적 태도, 명확한 도덕 기준을 갖춘 부산 형사. 그의 MBTI를 분석해본다면 ISFJ(용감한 수호자) 유형에 가깝다. 이들은 강한 책임감과 이타심, 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타인을 돌보는 데서 존재감을 느낀다. 해준이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수사를 계속하는 모습, 범죄자의 가족에게도 예의를 지키는 태도는 전형적인 ISFJ다.

그런 그가 서래에게 끌렸다는 건, ‘도와주고 싶다’는 감정이 ‘사랑’으로 착각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는 서래가 외롭고 위험한 경계에 선 인물이라는 것을 직감했고, 자신이 그를 지켜주고 이해해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감정이 연민인지 애정인지, 동정인지 집착인지 모호하다는 점이다.

해준은 직업상 사람을 판단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인물임에도, 서래의 본질을 보지 못한다. 이는 ISFJ 유형의 단점이기도 하다. 자신이 신뢰한 사람에겐 지나치게 관대해지며, 상대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확신이 생기면 도덕적 기준까지 유연하게 흔들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해준은 자신이 파악하지 못한 위험을 '사랑'이라는 말로 스스로 정당화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서래는 사랑했을까, 조종했을까 – INFJ의 그림자

서래는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그녀의 MBTI 유형을 고른다면, 많은 분석가들이 말하듯 INFJ(선의의 옹호자) 유형에 가깝다. 이들은 깊은 통찰력과 직감을 가지고 있고, 언어보다는 분위기와 감정의 뉘앙스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향이 있다. 서래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해준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방식은, INFJ의 감각적인 의사소통과 연결된다.

하지만 문제는, 서래가 보여주는 감정이 진심인지, 연기인지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일관성이 없고, 필요에 따라 진술을 바꾼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가 해준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만든다. INFJ의 그림자적 성향, 즉 자신의 이상을 위해 타인의 감정을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서래에게 투영된다고 볼 수도 있다.

서래는 결코 순수한 희생자가 아니며, 자신의 상황을 주체적으로 컨트롤한다. 누군가는 그녀를 “사랑에 모든 걸 바친 여성”이라 말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상대를 정확히 분석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매우 능숙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현실에서 만난다면 ‘무섭다’는 감정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타이밍의 문제? 아니면 삶의 경계가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

영화가 종종 ‘비극적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것은, 인물들의 관계가 결국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을 뿐”이라는 해석은 해준과 서래의 감정선을 낭만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낭만이 통용되기 어려운 작품이다.

해준과 서래는 애초에 삶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고,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의 도덕적 기준선이 다르다. 해준은 책임감과 질서를 중시하며, 서래는 필요에 따라 진실을 왜곡하고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하다. 이들은 서로에게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였을 수는 있지만, 그 결핍이 사랑으로 완성될 수 없는 종류였다.

더불어 영화가 끝난 후에도 불편함이 남는 이유는, 관객에게 도덕적 확신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로맨스 영화는 관계가 파괴되어도 감정의 진정성으로 위로를 주는데, 이 작품은 감정의 진정성마저도 의심받을 수 있는 지점을 열어두고 끝을 맺는다. 이는 불호의 입장에서 보면, 영화가 주는 감정적 공감이 아닌 정서적 혼란으로 다가온다.

『헤어질 결심』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영화다. 연출, 촬영, 미술, 배우들의 연기 모두 완성도 높다. 그러나 이야기의 본질로 들어가 보면, 그것이 과연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감정의 착각이었는지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서로를 구원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무너뜨린 관계일지도 모른다. 실제 현실이라면 누구도 응원하지 않을 이 관계가, 영화라는 포장 속에서 낭만화되는 데에는 조심스러운 비판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사랑일지 모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끝없이 불편하고 낯선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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