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봉한 영화 Her는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감정적 연결을 섬세하게 그려낸 독특한 SF 로맨스 영화입니다. 특히 AI 운영체제 ‘사만다’ 역을 맡은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는 이 영화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알게 된 계기가 사만다가 부른 ‘Moon Song’이라는 노래였어요. 노래를 듣자마자 가슴이 먹먹해지고, 결국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죠. 처음엔 “AI랑 사랑한다고?”라는 의문부터 들었지만, 여러 번 다시 보면서 점차 이 영화의 깊은 메시지와 철학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조금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게 됐습니다.
1. Moon Song 가사와 영화 분위기의 일체감
Her의 OST 중 ‘Moon Song’은 주인공 테오도르와 사만다가 함께 듣고 부르는 곡으로, 두 존재의 감정 교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곡은 스칼렛 요한슨과 카렌 오(Karen O)가 함께 작업한 곡이며, 영화의 따뜻하고도 쓸쓸한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Moon Song 주요 가사:
“I'm lying on the moon. My dear, I'll be there soon. It's a quite and starry place. Time's we're swallowe up…”
가사는 마치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감정적으로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를 표현하듯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립니다. 이 노래는 영화 내내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만큼이나 중요한 감정 전달 도구로 작용합니다. 특히, 스칼렛 요한슨의 부드럽고 감성적인 음색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위로를 건네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2. AI와의 사랑? 처음엔 이상했지만…
Her를 처음 보면, 주인공 테오도르가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설정이 다소 낯설게 다가옵니다. 저 역시 첫 감상에서는 그가 다소 변태적으로 보였고, “어떻게 AI랑 사랑을 하지?”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시 보고, 또 다시 보다 보면 그 사랑이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외로움, 공허함, 위로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만다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테오도르의 감정을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며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결국 이 영화는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상대가 물리적인 존재일 필요는 있는가? 우리가 원하는 사랑이란 ‘상대의 존재’가 아니라 ‘나를 이해해주는 감정’ 그 자체는 아닌가?
3. Her가 말하는 미래 – 외로움의 맞춤형 해결과 인간관계의 거리감
영화가 개봉했던 2013년에는 AI와의 감정적 교류가 다소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2024년을 사는 지금, 우리는 ChatGPT, AI 챗봇, 음성비서, 감정형 로봇 등을 일상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실제 사람의 피부 질감과 온도, 표정을 재현한 AI 로봇 개발 소식까지 들려오며, 영화 Her의 현실화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건,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의 관계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진 나머지, AI가 더 편하고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시대가 온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외로움을 ‘맞춤형’으로 해결받고, 위로도 ‘맞춤형’으로 제공받으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는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고, 이해받는 감정을 언제든지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이 없으면 잇몸”이라는 말처럼, 원래는 인간과 부딪히고, 갈등하면서 성장하고 이해해야 할 감정들이 AI라는 대안으로 대체되어버리면, 결국 인간끼리의 거리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Her는 이 양면적인 미래를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사랑하나요? 당신이 사랑하는 대상은 정말 ‘상대’인가요, 아니면 ‘당신을 이해해주는 느낌’인가요?
결론: Her는 지금 우리에게 묻는 영화다
Her는 단순히 SF 기술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AI와의 관계가 인간성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정면으로 묻고 있습니다. 특히,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Moon Song은 그 메시지를 음악으로도 전달해주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AI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이 영화는 단지 미래를 상상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맞닥뜨릴 ‘현실’의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외로운 이들이 점점 더 기술에 의존하게 되는 지금, 우리는 이 영화에서 진짜 위로를, 혹은 경고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