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타인'으로 본 한 인간의 비밀, 페르소나, 그리고 제작비
‘완벽한 타인’은 현대인의 작은 우주인 스마트폰을 뒤지며, 인간이라는 동물의 이면과 관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단순히 비밀을 폭로하는 것이 전부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비밀 :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는 당연한 사실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 좀 이상했다. 이 영화가 하려는 말이 뭔지 어렴풋이 알긴 알겠는데, 그걸 드러내는 방식이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열어서 문자, 전화, 사진, 이메일을 공유하는 게임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그 안에는 불륜, 커밍아웃, 비밀계좌, 서로의 뒤를 알지 못하는 관계들이 등장한다. 영화는 이런 숨겨진 이야기들을 드러내면서 “봐, 너희는 서로에 대해 아무것..
2025. 4. 22.
영화 '아가씨' (박찬욱, 히데코, 신뢰)
영화 ‘아가씨’는 겉으로는 정교한 미장센과 아름다운 촬영, 그리고 반전이 있는 플롯으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 이면에는 박찬욱 감독만의 아주 집요하고 비틀린 시선이 깔려 있습니다. ‘아가씨’는 단순히 히데코의 이야기이자 연인 간의 해피엔딩이 아니라, 감독이 오랫동안 파고든 인간의 병리와 본능, 위장된 정체성과 신뢰, 권력의 구조를 압축해 보여주는 병적 미학의 결정체입니다. 이 글에서는 ‘아가씨’를 통해 드러나는 박찬욱 감독의 색깔, 그가 집요하게 파헤치는 인간의 심연, 속고 속이는 인간관계의 구조, 그리고 결국 우리가 누구를 믿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함께 다뤄봅니다.1. 박찬욱의 세계관: 연출인가, 병리인가박찬욱 감독의 영화에는 항상 일관된 키워드가 있습니다. 고립된 공간, 비밀의 ..
2025. 4. 21.